예쁜 웹페이지에 대한 욕심이 생겼다.

예쁜 웹페이지에 대한 욕심이 생겼다.

Post Series: 주저리 주저리

어느날 갑자기 예쁜 웹페이지에 대한 욕심이 생겼다.

아무리 취미생활이라도..

대충하는 건 별로다. 사실, 예쁜 웹페이지 따윈 글쓰기의 목적과 본질이 아니라고 생각해 왔다. 그러나 최근 남의 것들에 노력을 기울이다 내 것을 보니, 정작 내 정체성을 대변할 수 있는 내 웹페이지는 대충 했더라..

벌써 5~6년 전에 만들어 놓은 것을 그동안 큰 의미를 두지 않고 쓰고 있다보니, 일이 바빠진다는 핑계로 더욱 더 무관심해졌다.

늘어난 살, 부쩍 늙어버린 듯한 모습, 전혀 나에 대해 관심갖지 않고 살던 요 몇년이 바꿔놓은 나의 모습과 내 주변의 모습을 볼 때, 알 수 없는 부끄러움이 밀려온다. 내가 본질이라는 것을 쫓는답시고 달리고 달리는 동안 내 안의 무언가가 아마도 처참하게 박살이 난 것 같다.

자기 혐오와 연민

이 블로그에는 발행되지 못하고 끄적여 놓은 천개 조금 넘는 글이 있다. 퇴고를 하다가 멈춘 글, 쓰다가 중간에 놓친 글, 비즈니스 관계 때문에 노출하면 안되는 글, 도저히 찌질해서 봐줄 수 없는 글 등.. 그 당시에는 열정에 열심히 지껄이던 주제들이 무덤이 되어 거대한 공동묘지를 이루고 있는 글 목록을 볼 때면, 정말 묘한 느낌을 마주한다.

거기에 트래픽을 위해 쓴 글을 꾸역꾸역 퍼블리시 해 놓은 꼴을 보자면, 아주 그냥 가관이다. 열정은 무덤에 묻어두고 가식으로 꾸역 꾸역 치장해 놓은 꼴이란.. 아주 볼썽 사납다.

사실, 몇달간 그랬다. 보고 싶지 않았다. 무언가 조치를 하기에 엄두가 나질 않았다. 그냥 방치하고 버려뒀다. 바쁘다는 핑계는 가장 좋은 무덤지기였다.

시간은 가장 강력한 마취제이다. 무뎌지다 잊혀지게까지 한다. 그렇게 흘러가는 시간 중 몇가지 사이드 프로젝트 속에서 마주한 내 모습은 너무 처량했다. 처음 시작 때는 실력 없음을 탓했고, 지나서는 시간 없음을 탓했다. 그리고, ‘나’ 는 부숴져 있었다.

불쌍했다. 아니 불쌍하다.

잠깐 스치는 감정의 연민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문제에 대해 인식하게 되었다.

그래서 예쁜 웹페이지에 대한 욕심이 생겼다.

남의 것은 그렇게 해주면서, 내 것은 방치하는 것은 나 스스로에 대한 역설이다. 존재에 대한 역설이 깊은 우울함으로 나를 삼키지 못하게 이제 그만 무덤을 정리한다.

Gene.W.

W / 남편 / 아빠 / 마케터 / 커피덕후